어제 오늘, 두 편의 인상적인 꿈을 꾸었다.
오늘 꾼 꿈은 인상적이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잔인하고 공포스러워서 인상적인,
단순히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 욕구불만에 의한 꿈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제 꾼 꿈은...
다르다...
꿈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절대 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의 전생의 기억인지..
아니면 미래에 대한 예견인지..
그것도 아니면, 잠을 자는 동안, 다른 차원에서의
나의 모습이었는지...
깨어났을때는 상당히 선명했던 꿈도...
하루가 지난 지금에서는...
점점 기억이 희미해지고 있다.
나의 기억이 사라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기억을 보존하기 위하여, 여기다가 글로 적는다.
이미 기억을 날려 버렸고,
또한 표현력이 부족해서 상당히 이상해지겠지만...
더 이상 기억을 잃지 않기 위해서...
나는 이렇게 글을 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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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e..
꿈속에서 나는, 나약했다.
곧 죽을 운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마 앞으로 몇일 못 살겠지...
세상에 빛이란 없었으며, 오로지 어둠만이 지배하고 있었다.
보이는 건물들 전부가 음침하고, 낡았다.
나 외에 인간이란 그 마을에 아무도 없었다.
그런 나의 옆에는 한 소녀가 있어 주었다.
얼굴은 기억이 안 난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는 인간이 아니다.
정령...아니, 여신일까...
그건은 모르겠다. 하지만 인간은 아니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꿈속에서 나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심한 기침을 하며 쓰러지는 나를 부축해준 것도 그녀였다.
나의 그 짧고 고통스런 삶을 위로해준 것도 그녀였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지만, 껴안거나, 손을 잡아주거나...
그녀에게 해준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저, 그녀에게 도움만 받을 뿐이었다.
그녀에게 부축을 받으며 강가로 간다.
나는 곧 죽는다.
내가 죽으면...그녀는 어떻게 되는 거지?
그녀는 영원히 살 것이다.
그녀는 죽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없는...
이 어둠만이 존재하는...
이런 쓸쓸한 곳에서 그녀만이 남아 있을 것이다.
그것때문에 나는 울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그저 나를 안아줄 뿐이었다.
강가에서 갑자기 물이 불어났다.
무엇일까...나는 잘 모른다.
다만, 자연의 심판...아니 신의 심판...같은 것이라고 생각될 뿐이다.
그 강 물은 나를 덮쳤다.
바로 옆에 있던 그녀를 피해서, 나만 덮쳐 갔다.
그녀가 쓸쓸해 보이는 눈길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그래...
나는 지금 이 순간에 죽을 것이다...
급류 속에서 간신히 얼굴을 내밀어, 그녀를 바라 보았다.
그녀의 슬픈 눈빛이...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안 된다.
이대로 죽으면, 그녀는 아마도 영원히 슬퍼하겠지.
죽어가는 나를 구해주지 못했다고..
영원히 자신을 자책하며 살아가겠지...
나는 급류 속에서 두 팔을 내밀어 흔들며..
그녀에게 외쳤다.
"난 괜찮아!"
그리고 주먹을 쥐고,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이면서
나는 웃는 얼굴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그녀가 그것을 보았을까...
보았겠지..
마지막에는 그녀에게 왜인지는 모르지만, 환호까지 보냈으니..
나는 지금 죽지만, 그녀 때문에 즐거웠다고..
아마 그런 이유였을 것이다.
그녀의 걱정을 덜어 주기 위해서...
그녀의 슬픈 얼굴을 지우기 위해서...
물에 떠내려 가다보니, 다른 인간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그랬다...
이 강물은, 남은 인간들을 전부 쓸어 죽여버리려는 것이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상당수의 사람들이 강물 속에서 빠져 나왔다.
나는 고고학자 한명과 함께 절벽 근처로 물을 피해 올라 올 수
있었다.
아까까지 나의 몸은 약하고, 곧 죽을 것만 같았지만...
이제는 틀렸다.
마지막으로...
그녀를 보고 싶어.
그녀의 곁에서 죽고 싶어...
그녀의 슬픈 얼굴을 지워주고 싶어...
오로지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고고학자의 도움을 받아 절벽을 오르고, 그리고
다시 내가 원래 있던 그 장소로 가기 시작했다.
장소에 도착했을 때...
그 곳에 그녀는 없었다.
오로지 슬픔만이...
아무 것도 없는 허전함만이...
쓸쓸함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고고학자는 그 강물의 정체를 밝히러 떠났고...
나는 혼자 그 자리에서 남아...
마지막으로 그녀와 함께 서 있던 그 자리에서...
그녀를 떠올릴 뿐이었다...
마음 속에서는..
이제 두 번 다시 그녀를 만날 수 없다는 생각만이...
나는 결국 그녀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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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축함에 눈을 떠보니..
나는 침대에 누워 울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 보니, 평상시와 다를바 없는 나의 방이었다.
불연듯 쓸쓸함과 그리움이 찾아와,
나는 이불을 덮어 썼다.
이제...
두 번 다시 그녀를 만날 수는 없겠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다시 한 번만...
그녀를 꿈속에서 만날 수 있다면...
그녀가 나에게 미소 한 번만 보여준다면...
나는 더 이상 이 일에 미련을 두지 않을 텐데...
그리운 사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