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가지고 있는 자라면 모를까,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가지고 있는 자는 언제나 두려움에 떤다.
가장 큰 두려움은 바로 선택.
선택에 기로에 섰을때 나는 무엇을 해야 옳은 것일까, 무엇을 하면 안될까...
빛과 어둠의 길..
자신이 정의라고 생각하고,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을 향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모든 일을 혼자서 해결할 수는 없다.
물론 그런 힘이나 돈이나 능력이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서는 인간 혼자서 삶을 살아가기에는 무리가 있다.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을 때,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직접적으로 누군가에게 '여기로 가라', '저기로 가라'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고,
간접적으로 누군가가 이미 간 길을 따라서 갈 수도 있다.
여태까지 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고 그 뒷자취를 따라 길을 거닐어 왔다.
그리고 그 사람의 뒷모습에는 당연히 가족의 모습이 많았다.
가족의 성공과 실패, 그 밖에 모든 것을 지켜보며 나는 그 뒤를 따라왔다.
안정적이고 안전하며 포근한 울타리 속에서 나는 길을 거닐어 왔다.
하지만
지금 나는 희망을 향한 발걸음 한걸음 한걸음이 무서워지고 있다.
이것이 진정 이상을 향한 길인가?
이것이 진정 내가 추구하는 정의란 말인가?
희망을 향해 먼저 길을 걸은 지표가 어둠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을 바라보며
지표에 대한 기억이 빛보다는 어둠으로 차는 것을 느끼며
나는 그런 지표를 따라가는 내 자신이 한없이 불안해지기만 한다.
작고 나약한 몸이 떨린다.
그동안 그렇게 참아 온 눈물이 눈가에 맺힌다.
이게 뭐지?
나는 지금 어디로 가는 거지?
이 길의 끝은 어디지?
이제와서 겁쟁이처럼 길을 되돌아 갈 수는 없다.
그렇다고 이 어둠 속으로 혼자서 계속 걸어갈 수도 없다.
누군가....
부디 누군가......
이런 나의 앞에 불빛을 밝혀 주었으면...
어둠이 나의 몸을 완벽히 감싸, 길을 잃어서 헤매기 전에...
혹시 내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밝고 잘 포장된 도로를, 시컴한 선글라스를 끼고 걷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러다가 길에서 벗어나서 위험한 숲 속으로 들어온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에 잠시 잠겨 본다.
주변을 둘러 봐도...
그리고 자신의 양손을 봐도....
얼굴을 만져봐도...
그런 나의 생각은 아무래도 틀렸다고 생각하게 된다.
나는 계속 그 길을 걷고 있었다.
내가 눈이 멀어서 어둠 속으로 들어온 것이 아니다.
이 길이 어둠 속으로 이어져 있는 것이다.
빛에서 시작한 이 길이 어둠 속으로 이어져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길을 계속 거닐고 있는 것이다.
옆을 봐도...
다른 길은 안 보인다.
그저 무성한 나무들때문에 빛이 가려진, 어두운 숲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 길을 벗어나면 저 숲 속에서 헤매겠지. 그리고 무서운 짐승에게 죽임을 당하겠지.
하지만....
이 길을 계속 걸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
이 길의 끝에는 과연 무엇이 존재하지?
어둠 속에 잠식 되어 버린 '그'가 나를 죽이려고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까?
나 역시 어둠 속에 잠식 되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과연 이 어둠 속에 들어가서 불빛을 지필 수 있을까?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