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건강한 남자라면 한 번은 꼭 가야하는 군대!
당신이 대한민국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던가, 당신에게 해준 것 하나도 없으면서 뜯어먹기만 하려는 나라를 구하고 싶다던가, 혹은 몸이 어쩐지 너무 좋아서 '1급입니다. 축하드립니다'따위의 조롱을 신체검사장에서 들었다면, 당신은 군대를 꼭 가야만 한다.

남자라면 한 번 거쳐주는 것이 좋다고들 하고, 갔다온 뒤 철 든다 라던가, 나쁜 버릇을 고친다던가, 인내력과 체력을 기른다던가 하는 소주에 밥 비벼먹는 소리는 집어치고, 당신은 군대를 가서 그 어떤 갈굼에도 굴하지 않는 정신력과 극도로 적은 수면으로 다음 날 작업을 하는 인간의 한계성 탐사, 그리고 한창 좋을 때인 핑크빛 청춘 20대의 2년을 핸드폰 문자 메세지 보내듯이 훨훨 날려 보낼 수 있다.

그렇다. 대한민국 건강한 남자라면 가서 존내 후회하고 올 것이다.

군대도 편해지고 있다고!
군대라고 하면 은근히 오래된 나쁜 관습을 떠올리기 일쑤이다. 고참으로부터의 가혹행위, 폭행, 동성애 같은 끔찍한 것이라던가 똥 찍어 먹인다던가..기타 등등 말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옛날 이야기이다.

군대는 변하고 있다. 기존의 큰 내무반에 꾸역 꾸역 한 개 소대가 들어가서 찌그러져 자는 시스템에서, 작은 내무반에 1~2개 분대가 들어가서 침대에서 편하게 잘 수 있다. PC방도 생겼으며,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는 곳도 있다. 기타 여러가지 사항에서 군대는 개혁을 하였고, 예전에 비해 합리적이고 편리한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다.

그렇다. 바야흐로 군대가 군대 같지 않은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군대 많이 편해졌네, 뭘...나는 진짜 심했는데..지금 정도면 졸 편한데 뭘 가기 싫어해?"따위의 똥꼬로 짜요짜요 짜 먹는 듯한 우스개 소리를 지껄이게 된 것이다.

근데, 사실 편하긴 개뿔이 편해!
옛날에 비해 편해졌다고? 물론 그렇다. 환경적으로도 편해졌고, 가혹행위들도 예전처럼 심하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완벽하게 편해진 것은 아니다.

내가 이런 포스팅을 쓰는 궁극적인 이유. 바로 내가 오늘 당한 일 때문이다. 정말 어이가 없었다.
총 8명의 동기들과 대대에서 대기를 하고 있었다. 그 때 대대 선임병들이 와서 갈굼을 시작한 것이다. 대체로 갈굼은 '저질적'인 내용이다. '너 얼굴은 딱 강간범이다. 강간하고 왔냐?'라던가 '넌 살인범이다'라는 식의 헛소리부터...아, 기억이 안 난다...아무튼 저런 말도 안되는 갈굼이다.

보통 갈굼이란 실수를 하거나 어리버리 해야 주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래야 신병도 정신을 차리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근데 지금 이건 어쩌라는 건가? 가만히 각 잡고 앉아 있는데 그 옆에 와서 쳐다보면서 이따위로 지껄인다.

대대에서 나와서 집으로 갈때, 즉 부대 정문을 나서서도 제식을 계속 시킨다. 줄 서서 발 맞춰서 걷도록 시키고, 심지어 군가도 부르게 한다. 그것도 큰 소리로..당연히 주변에는 일반 시민들도 있는데 말이다. 지들은 옆에서 웃고 떠들고 대충 막 가고..옆에 사람들이 있어도 ㅆㅂ, ㄱㅅㄲ같은 욕설을 내뱉고...

절대로 군대는 편해지지 않는다. 심지어 이런 말도 떠돈다. 구타, 가혹행위 등이 불가능 하니까, 요즘은 지능적으로 갈군다고...구타, 가혹행위에 끼지 않는 새로운 갈굼법으로 갈군다고...
지금은 그런 군대이다. 절대로 군대는 편해지지 않는다.

지금 나의 심경
이것이 뭐냐?! 뭐단 말이냐? 정말 오늘 단 하루에 나는 모든 것을 잃은 듯 하다.
"나는 상근예비역이니까...아무리 갈구고 해도 참고 2년만 버티자"라며 마음 속 깊이 단단히 다짐했건만...
오늘 단 하루에 그 다짐을 잃어 버리고 말았다.
앞에서 GR발광하는 저 녀석을, 앞뒤 생각 안하고 작살내 버릴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무리다.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자 무력감과 좌절감이 한순간에 온몸에 흘러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도 하였다.

물론 남들 다 겪는 갈굼이다. 하지만 어이가 없다. 내가 무언가를 잘못했거나 해서 갈굼 당하면 그래도 참겠다. 근데 이런 무의미한, 말도 안되는 갈굼은 정말 싫다. 무슨 정신병원에 들어온 것도 아니고 말이다. 나의 인내력이 부족한 건지, 아니면 내 성격이 문제인 건지...

신은 죽었다, 희망이란 무의미한 것이다 라는 진리를 뼈저리게 느끼게 된 2005년 7월 11일.
천사도 없는 7월.
신따위는 뒈져버린지 오래인 7월.
전혀 바뀌지 않은 망할 군대가 존재하는 7월.
2005/07/11 18:16 2005/07/11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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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가루
    2005/07/11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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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이라고 잠시 생각하다 밑에 글 보고 그제야 이해했군요(--; ) 파이팅입니다(..싸우란얘기가아니고--;:)
  2. CHiKA
    2005/07/12 20:23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친형이 고맙게도 동대를 돌면서 중대장에게 말을 해준 결과,
    결국 중대로 빠졌습니다. 정말 대대에 남았으면 미쳐버렸을 듯 싶은데..;ㅅ;
    형이 다녔던 동대라서 선임들도 모두 잘 해주더군요.
    당췌 선임들이 착함...낄낄
  3. windsong
    2005/07/13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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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 리플을 보고나니 신은 없다는 걸 다시한번 느끼게 해주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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